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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먹다 2

이삭토스트 (上) ─ 소이크런치

눈이 일찍 떠졌다. 베개가 불편했던 건지 마음이 불편했던 건지 잠에 깊게 들지 못했다. 내 침대에는 베개가 5개가 놓여 있는데, 자는 동안 뒤척이면서 베개를 번갈아 베어봤지만 헛수고였다.오전 9시 34분. 평소 내가 일어나고자 하는 시간이었다. 아침을 고민하다 오랜만에 이삭토스트를 먹을까 하고, 집을 나섰다.뻑뻑한 눈을 감았다 뜨며 주차장에 내려가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왔다.   한산한 거리. 나름의 정취가 있다. 각막에 눈곱이 꼈는지 앞이 조금 흐려 보였다. 잠도 제대로 못 들었으면서 신체는 아직도 잠에 빠져있는 듯했다. 초록불을 기다리며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는 하품을 했다. ─참, 유난이네. 학교였다면, 내 모습을 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너만 졸려? 다른 애들은 이미 수업에 들어갔어. 얼..

떡만둣국

음식을 먹는 사람과 음식을 하는 사람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내게 있어 떡만둣국이 그렇다. 떡국은 좋아하는데 떡만둣국은 싫어한다. 떡국에 만두 속이 터지는 게 싫다. 속을 터뜨리지 않으려 숟가락질을 살살해도 불어 터진 만두는 어느새 풀어져 떡국을 잡탕으로 만든다. 그래서 난 떡국에 만두 넣는 것을 싫어한다. 엄마가 해주는 떡국에는 항상 만두가 들어간다. 매번 넣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표해도 까먹으시는 건지 만두를 어김없이 넣으신다. 그게 싫었다. 오늘 집에 혼자 있게 돼서 냉장고를 뒤지다 사골 팩과 떡을 발견했다. 냄비에 사골을 붓고 떡만 끓이면 떡국이 되니 한번 시도해봤다. 문제는 사골팩이 겨우 200ml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을 넣고 라면수프를 조금 넣었다. 떡을 넣어보니 그래도 밍밍해 보이는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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