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먹다

이삭토스트 (上) ─ 소이크런치

용잠 2025. 3. 2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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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일찍 떠졌다. 베개가 불편했던 건지 마음이 불편했던 건지 잠에 깊게 들지 못했다. 

내 침대에는 베개가 5개가 놓여 있는데, 자는 동안 뒤척이면서 베개를 번갈아 베어봤지만 헛수고였다.

오전 9시 34분. 평소 내가 일어나고자 하는 시간이었다. 

아침을 고민하다 오랜만에 이삭토스트를 먹을까 하고, 집을 나섰다.

뻑뻑한 눈을 감았다 뜨며 주차장에 내려가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왔다.

 

 

 

한산한 거리. 나름의 정취가 있다. 각막에 눈곱이 꼈는지 앞이 조금 흐려 보였다. 잠도 제대로 못 들었으면서 신체는 아직도 잠에 빠져있는 듯했다. 

초록불을 기다리며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는 하품을 했다. 

─참, 유난이네. 

학교였다면, 내 모습을 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너만 졸려? 다른 애들은 이미 수업에 들어갔어. 얼른 올라가!

뭐, 어찌 됐든 이제 난 어른이니까.

 

 

이삭토스트를 찾아가다 자전거 브레이크를 밟아 멈춰 섰다.

어딘가 익숙하다 했더니 삿포로에서 본 수프카레 브랜드였다. 

스아게. 2023년에 엄마랑 삿포로에 여행 갔었는데, 네일동이란 일본 여행 카페에서 

줄기차게 추천되던 수프카레 맛집이었다.

대기 줄을 못해도 1시간은 서야 했고, 고기보다 야채가 맛있다는 소개였다.

시간이 빠듯했던 우리는, 숙소 앞에서 수프카레를 먹었다. 

근데, 그 스아게가 여기 있다니 참... 뭐랄까 

신기하다.

나중에 엄마 모시고 먹어봐야겠네. 

멈춰있는 페달을 밟아 자리를 떠났다. 

 

 

도착한 이삭토스트 한티점.

사실 이런 걸 상상한 건 아닌데... 

나는 노점 같은 느낌이나... 건물과 건물 사이, 혹은 작은 건물에 1층, 아주 협소한 자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어머님. 그런 것들을 상상했는데.

졸리비 같은 이국적인 프랜차이즈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짓말 마. 

이삭토스트에 무슨 키오스크가 있어?

나 때는...

 

 

무척 깔끔한 내부. 마지막으로 이삭토스트를 먹은 게 대학생 때, 그러니까 6년 전이다. 

그때 최신 메뉴인 불갈비 토스트를 먹었는데, 아직도 불갈비 토스트가 있었다. 그냥 떡갈비 토스트였던가...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6년 전에 먹었던 음식을 그리워해서 이렇게 아침에 눈곱도 안 떼고 나오다니...

6년 전에는 여자친구랑 하나씩 사서 나눠 먹었는데... 이번엔 나 혼자 2개를 주문했네.

참나...

뭐, 6년 뒤에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올 지도 모르는 거니까.

고르다 보니 두 개나 주문했는데, 뭐에다 먹지?

뭐를 함께 마셔야 하는 거 아닌가? 집에 우유가 있던가.

 

 

노브랜드에서 우유를 사 오니 완성돼 있었다. 이삭토스트... 너 왜 이렇게 깔끔해...

아니 물론 예전에도 깔끔했지만, 그런 게 있었단 말이에요!!!

어머님. 누가 봐도 인상 좋으신 어머님이

─왔니?

하고 맞이해 주시고, 

─오늘은 뭐 먹게?

그러면 나는 한참 고민하다 최신 메뉴를 고르고, 기분 좋게 웃으시는 어머니의 솜씨를 구경하는 것이다.

철판 요리. 그때의 이삭토스트를 난 이렇게 부르고 싶다. 

왜냐하면 주문이 들어가면 어머니는 말이 없어진다. 웃음기도 사라진다. 

넓게 깔린 검은 철판, 어머니는 플라스틱 소스통에 담긴 기름을 뿌린다.  

큼지막한 버터를 철판에 녹이고, 식빵 두 장을 깐다. 

그 사이, 어머니는 신속하게 계란 틀에 계란을 까고, 

패티를 굽는다. 

노릇하게 구워진 빵에 소스를 바르고 양배추, 계란, 패티, 그리고 또다시 소스, 그리고 빵을 덮는다. 

6년 전인데도, 왜 이렇게 생생할까?

 

 

같은 가게의 음식이라는 개념이지. 모든 것이 달라진 듯하다. 그때의 가게도, 음식도, 나도. 지금의 나와 다르다. 

상념이... 왜 이렇게 길지? 그냥 먹자...

 

 

 

왼쪽부터 <소이 크런치 토스트>, <불갈비 토스트>, <우유>

 

 

 

소이 크런치. 말 그대로 바삭해 보인다. 냄새가 무척 고소하다.

꿀발린 간장의 달콤함이 치킨 패티와 어우러져 끝내주는 냄새가 났다.

 

 

이건 떡갈비 토스트인데, 떡갈비가... 어디 저쯤 있을 것이다.

사진에 잘 안 나온 걸 수도 있다. 이따 먹어보면서 확인해 보도록 하자.

 

 

자,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볼 것부터 세팅한다. 

요즘 빠져있는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와 성시경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프로그램이다. 

일본과 한국을 번갈아가며 서로의 맛집을 소개한다. 

일본부터 쭉- 소개하고 다음, 한국으로 넘어가는 모양인데, 

맛찌개 상과 성시경의 조화가 생각보다 맛있다. 

자, 그럼 볼 것도 완료, 이제 즐겨볼까. 소이 크런치. 

 

 

으음~ 바삭하다. 달콤한 간장 소스가 바삭한 치킨과 잘 어울린다. 그 뒤를 따르는 빵에 발린 짭짤한 버터의 풍미.

밸런스가 훌륭하다. 치킨 버거 못지않은 맛. 아니, 치킨 버거 그 이상. 아니! 이건 궤를 달리 하는 신종이다...

식빵의 테두리, 저 아름답게 갈색으로 빛나는 녀석을 봐라. 꼭 카스텔라의 맛이 날 것만 같은 느낌이다. 

다시 한입 크게 베어문다. 

그리곤...

 

 

우유 한잔. 

토스트에는 역시 우유란 말이야. 

콜라도 주스도. 

아 주스는 될 것 같다. 왠지 오렌지나 사과 주스, 혹은 망고. 

달달~한 주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우유는, 토스트를 먹을 때, 가장 많이 마실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치킨이 어디서 많이 먹던 맛이다. 맘스터치? 

그런데... 먹다 보니 뭐지? 

이 식감은...

어디선가 느껴지는

나시고랭 같은 이 이국적인 풍미는... 

 

 

위에 이렇게나 견과류가 붙어있었다.

아몬드 같은데. 

잔뜩 들어있었다.

 

 

두 개를 먹으려고 했는데, 하나만 먹어도 엄청 배불렀다.

불갈비 토스트는 다음 글에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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