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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떡만둣국
    무념무상 2021. 2. 14. 23:16


    음식을 먹는 사람과
    음식을 하는 사람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내게 있어 떡만둣국이 그렇다.

    떡국은 좋아하는데 떡만둣국은 싫어한다.
    떡국에 만두 속이 터지는 게 싫다.
    속을 터뜨리지 않으려 숟가락질을 살살해도 불어 터진 만두는 어느새 풀어져 떡국을 잡탕으로 만든다.
    그래서 난 떡국에 만두 넣는 것을 싫어한다.

    엄마가 해주는 떡국에는 항상 만두가 들어간다.
    매번 넣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표해도 까먹으시는 건지 만두를 어김없이 넣으신다.
    그게 싫었다.

    배가 고파 떡만둣국을 만들었다.


    오늘 집에 혼자 있게 돼서 냉장고를 뒤지다 사골 팩과 떡을 발견했다. 냄비에 사골을 붓고 떡만 끓이면 떡국이 되니 한번 시도해봤다.

    문제는 사골팩이 겨우 200ml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을 넣고 라면수프를 조금 넣었다. 떡을 넣어보니 그래도 밍밍해 보이는 게 영 식탐이 돌지 않았다. 그래서 냉동실을 뒤지다 냉동 만두를 찾았다. 달걀도 풀어 넣었다. 다 끓여놓고 나니 뭔가 허전해 곱창김도 찢어 뿌렸다.

     

     

     

    그러니까 나는 

    뭔가 허전했다. 

     

    단순히 떡국을 끓여야지 했던 게 

    더욱 맛있게 먹고 싶은 마음에, 

    더욱 먹음직스럽게 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넣게 돼버린 것이다. 

     

     

    아마 엄마도 같은 이유에서겠지. 

    우리집에서 떡국이란 게 심심하면 끓여먹는 음식은 아니니까

    김치찌개처럼 끓이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는 그런 음식이 아니니까 

    새해면 엄마는 떡국을 더 맛있게 끓이고 싶은 마음에 

    만두를 넣었던 것이겠지 싶었다. 

     


    음식을 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은 입장이 다르다. 먹는 사람은 먹으면 장땡이지만 하는 사람은 ‘더욱 맛있게’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풀어진 계란이 계란국 같으면서도 오묘한 맛을 더했다.



    곱창김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다 걷어내고 먹었다.

    흩어진 김이 미역같아서 내가 미역도 넣었었나 계속 미심쩍었다.


    토실토실 만두.

     

    만두를 4개만 넣었다. 그 4개를 무척 아껴먹었다. 만두가 왜 들어갔는지, 그 이유를 아니까 맛이 있었다.

    근데 먹다보니
    그냥 내가 넣은 만두가 떡국에 잘 어울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릇이 작아 두 번 옮겨담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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